조지 소로스: 천사와 악마 사이
조지 소로스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는 한 때 헤지펀드계의 악마 같은 대부로 큰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는 환 투기 등 매우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방법으로 특히 국가를 상대로 한 전례 없는 머니게임에서 승리하면서 마치 악마처럼 누구보다 요란하게 돈을 벌었던 반면, 2017년 전 재산의 8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며 국가 수준의 자선 활동에 매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천사와 악마 사이의 양면적인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조지 소로스는 물론 평가에서는 갈릴 수가 있지만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투자자이자 금융 시장의 거물이며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경제와 정치, 철학을 아우르는 다면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삶과 업적은 단순히 금융적 성공에 그치지 않으며 오늘날 시대를 이끄는 사상가이자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선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 변혁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가 어떻게 금융 시장을 넘어 세상을 이끌어가는 또 한 명의 위대한 구루로써 활약하고 있는지 그의 주요 투자 업적과 가치관 등 그의 투자 철학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융 시장 전설
조지 소로스는 금융 시장을 바라봄에 있어 단순히 경제적 거래의 장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금융 시장은 그 시장에 속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치관, 욕망, 철학, 자산 규모 등에 따란 불특정 다수의 심리적 요인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금융 시장의 가격과 투자자들의 인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되고 이에 따라 시장은 설명할 수 없는 비효율적 상태에 도달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효율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투자에 활용하는 데 주력했는데요, 그중 가장 중요한 개념은 바로 ‘반사성’이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시장 참여자는 단순히 시장 상황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 상황을 조성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즉 시장 상황은 참여자들의 신념과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특정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면 투자자들은 이를 신호로 받아들여 더 많은 매수를 하게 되고, 이는 다시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인데요. 소로스는 이러한 과정을 분석하여 시장의 비효율성을 예측하고 이를 활용한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또한 조지 소로스는 세계 경제와 정치적 변화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는 매크로 투자 전략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국가 간의 금리 차이, 통화 정책, 그리고 국제 무역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며 투자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이러한 전략 역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미치는 투자자와 시장, 사회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시장의 비효율이라는 개념 하에 수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수십 년도 더 된 전략인 매크로 투자 전략은 현재까지도 월스트리트 헤지펀드들의 수익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으며 활용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변동성이 극대화되면 될수록 거시 경제 시장은 미친 듯이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시장에서 매크로 전략은 환상적인 기회를 계속해서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합니다.
조지 소로스의 투자 철학의 핵심이자 그를 금융 시장의 전설로 만들어낸 또 하나의 철학은 바로 조지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입니다. 이는 쉽게 설명하면 투자자의 생각이 시장의 사건을 바꾸고 또 이 시장에서의 사건이 다시 투자자의 생각을 바꾼다는 개념인데요, 쉽게 설명하면 특정 주식에 많은 투자자의 관심이 몰려 매수세가 증가하면 주가가 오르게 되어있고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투자자의 매수세가 더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된 상승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시장은 새로운 비효율성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가치에서 벗어나 과대 평가되거나 과소 평가받게되는데요, 이는 시장에서 버블이나 폭락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렇게 왜곡된 상태는 수많은 투자자가 감정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순환 구조의 이해 속에서 조지 소로스는 재귀성 이론을 통해 시장이 한 방향으로 치우칠 때 그 한계에 도달하는 전환점을 예측하려 하였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자산이 과 대평가되는 상황을 살펴보고 그 한계에 도달하는 시점을 예측하여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전략을 사용하여 이익을 얻고는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무엇보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주가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전통적 투자 가치관이 지배한 시대였습니다. 그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거시적 관점의 경제 상황과 그 시장에 속한 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결정들, 그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시장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관점과 철학을 제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지금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개념일지라 그 시점에는 매우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지 소로스는 이러한 시장의 비효율성과 그로 인한 시장의 변동성을 중요시한만큼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이를 빨리 인정하고 즉각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유연한 관점은 위기 관리에 있어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잠재적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내가 옳았던 순간보다 잘못되었음을 빨리 깨닫고 행동했을 때 더 큰돈을 벌었다"는 조지 소로스의 이야기는 금융과 투자 세계에서 마치 바이블처럼 활용되곤 합니다. 그의 생각과 철학이 금융 시장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사례입니다.
국가를 이긴 사나이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는 1973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약 20%가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으며 약 86억 달러의 자산가, 즉 한화 10조 규모의 재산을 지니고 있는 성공한 투자자입니다. 그것도 320억 달러를 기부한 이후에 보유한 있는 재산이라고 하니 실제로는 약 40조 이상의 재산을 형성하였다고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놀라운 숫자들도 무의미하게 만드는 조지 소로스의 전무후무한 업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영국 은행을 꺾은 남자’라는 별명을 가져다 둔 1992년의 파운드화 공매도 전략인데요, 조지 소로스는 영국 경제가 높은 금리와 낮은 성장률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실제보다 과대 평가되어 있고 결국 영국 정부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외환을 소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100억 달러 이상의 파운드화를 공매도하며, 파운드화가 폭락할 것이라는 자신의 예측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또 각종 경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파운드화 절하가 임박했음을 확신하는 인터뷰 여러 차례 진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파운드화는 급격히 평가 절하되고 소로스는 영국 정부의 파운드화 방어를 뚫고 결국 11억 달러, 한화로 1조 2천억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려냈습니다. 이른바 '검은 수요'일이라 불리는 1992년 9월 16일, 조지 소로스는 영국 정부가 유럽 환율 메커니즘을 탈퇴하게 만든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오늘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국가를 이긴 사나이, 조지 소로스입니다.
조지 소로스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도 드문 것입니다. 한편에선 ‘헤지펀드의 대부’ ‘투자의 천재’로 칭송하고 있으며. 유명 철학자 카를 포퍼의 제자였던 이력만큼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투자자의 얼굴을 한 철학자’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환투기꾼’ ‘자본주의의 악마’라는 비난도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와도 밀접하게 관계가 있는데요, 1997년 태국 바트화를 공격하여 막대한 차익을 얻던 중 그는 한국 원화를 표적화하기도 하였으며, 성공 직전 예상하지 못한 금 모으기 운동으로 한국에서 환투기를 포기해야만 했다는 설이 금융계에 만연하게 퍼지기도 하였습니다. 즉 어쩌면 우리나로도 그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튼 이런 투기에 가까운 투자 방식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개인적으로는 피폐한 삶을 살았고 돈을 번다는 것 때문에 가정 파산 등 개인적 불행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이러한 정신적 방황을 구제한 것은 바로 자선사업으로 그는 그가 평생 번 돈의 대부분을 재단에 투자하며 그의 재산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는 데 힘썼습니다. 그는 1984년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Open Society Foundations)'을 설립하여 민주주의, 언론 자유, 인권 등을 지원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현재까지 그는 32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철강왕 카네기 이후 가장 중요한 자선사업가라는 칭송을 받기도 하며 과거 양극화된 평가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의 삶을 살펴보면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는 투자가로서 시장의 허점을 찾아낼 때는 악마로 지칭되었으며 그가 성공한 후 자선가로 활동할 때는 세상을 구해내는 천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런 이분법적인 활동 속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된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열려 있어야 하며 유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고 오류가 있으면 이를 계속 수정하여 개선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어떤 결정에도 오류는 있기 마련이며 옳고 그름을 탓하기보다는 어떤 결정 이후 계속해서 수정 보완할 수 있는 자세가 결국 큰 성공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 유연한 선택이 가능하고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 가능한 것입니다. 성공과 부를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서 절대 선만을 지향해서는 결코 그 목적에 다다르지 못할 것입니다. 지향하는 바를 위하여 그 어떤 방법도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며 계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그 후 자신의 관점과 철학에 의해 자산을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결정과 그 결정 과정에서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하여 노력했을 뿐 그에게는 투자와 자선이 다른 것이 아니라 똑같은 의사 결정 속에서 이루어진 부산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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