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리버모어 : 트레이더의 트레이더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예술이다.’ 월스트리트에는 다양한 스타일의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과학과 수학, 통계를 활용했던 짐 사이몬스, 가치투자의 워런 버핏과 피터 린치, 시장을 따라가는 전략을 앞세운 존 보글 등 각각 자신의 방법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수익을 거둬왔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스타일 중에서 제시 리버모어처럼 감각적인 패턴 파악, 단기 트레이딩을 주력으로 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역사를 대표하는 트레이더로 그의 이름은 여전히 투자자들과 트레이더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며 트레이더의 트레이더로 불리고 있습니다. 20세기 금융 시장의 급격한 변동 속에서 그는 대담한 투자와 독창적 전략으로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내며 제시 리버모어라는 이름을 월스트리트의 역사에 트레이딩의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물론 그의 삶은 완벽한 성공만을 이룬 것은 아니며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는 삶 속에서 결국 실패함으로 끝맺음하였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과소평가할 수 없음은 물론, 수많은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에게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 투자 및 트레이딩 전략에도 실제로도 큰 영향을 미치며 이른바 기술적 투자, 그중에서도 추세 매매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시 리버모어의 업적과 삶, 그리고 그의 삶 속에서 배울 점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레이딩의 전설
흔히들 비슷한 개념으로 알고 있지만 투자자와 트레이더는 그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투자의 가치와 철학이 매우 상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매하는 방식도 아주 다릅니다. 투자자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의 지분을 소유하고 보유함으로써 해당 자산 가치가 긍정적으로 성장함에 있어 수익을 거둬들이는 방식을 선호한다면 트레이더는 자산의 본질적 가치보다 여러 가지 요인에서 발생하는 주가의 등락 기회를 포착하여 차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즉 주가의 등락 기회가 판단되면 해당 자산의 본질적 가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주가의 등락 기회를 만드는 것은 정말 많은 요인이 있을 텐데요, 기본적인 시장 상황과 더불어 그 외적인 요소들도 특정 주가의 등락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 정도와 범위가 물론 다르긴 하지만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정말 많은 요소들로 인해 변동성은 유지되곤 합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이러한 변동성의 핵심을 시장의 심리와 흐름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는 가격 변동의 본질을 분석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파악함으로써 투자 기회를 포착했고 큰 성공으로 매매의 전설로 불리게 됩니다.
그리고 타이밍이 트레이딩의 성공의 핵심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는 가격이 큰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포인트를 분석하여 상승 추세가 될 것인지 하락 추세가 될 것인지 그 시작이 되는 시점을 포착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일례로 그는 1929년 대공황 당시 시장이 본질적 가치보다 과열되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공매도에 나섰습니다. 그는 시장의 붕괴를 예측하여 대규모 공매도를 실행하였고 그 당시 기준 1억 달러, 현재 가치 약 15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였습니다. 또한 흐름과 타이밍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손실을 줄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성공적인 트레이딩의 필수 요소라고 믿었습니다. 오늘날 평가는 크게 나뉘고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논쟁이 많지만 그는 손실을 인정하고 빠르게 떠나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손절매 방식을 선호하기도 하였습니다. 초기 손실이 커지는 것보다 지속적인 생존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그것은 타이밍과 흐름에 맞춰 빠른 손절매를 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손절매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고 제시 리버모어의 손절매가 단순히 수익이 나지 않으면 손절한다라는 식으로 해석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는 시장의 흐름, 타이밍을 읽고 차트와 시장을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여러 선택 중 하나로 손절매 방식을 사용한 것이고 일단 사고 아니면 팔아버린다라는 식의 막무가내식 손절매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또한 그는 반복된 훈련 속에 자신만의 시스템과 철학, 원칙이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판다라는 원칙과 오르는 가운데 비중을 조정해 가며 매매한다라는 피라미딩 전략, 그리고 자신만의 기준이 담긴 손절매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노력했습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리버모어의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으며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널리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술 분석 선구자
제시 리버모어는 주가의 변동과 거래량 분석에 기반한 투자 방식을 체계화하였습니다. 그는 특히 가격 행동과 추세 추종 전략을 통해 기술 분석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위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내용이기도 한데요 먼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판다라는 원칙을 살펴보면 흔히들 주식은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라가 하는데요. 이는 기본적인 대 원칙은 맞지만 실제로 투자를 하다 보면 무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식 시장은 기본적인 투자자의 심리가 녹아들어 가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종목은 더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서 모여들게 되고 이를 통해 더 가격이 오르게 되고 반대로 하락하는 종목은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도세가 몰리기 때문에 더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피라미딩 기법 역시 굉장히 기술적인 매매방법이었는데요, 이는 말 그대로 피라미드 형태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면 계속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를 계속하지만 투자 자금은 조금씩 줄여가는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이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높인다는 점이 장점이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추가 매수를 한 만큼 수익이 커진다는 안정감을 주었으나 떨어질 때는 높은 가격에서 산 물량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실이 작아진다라는 원리였으며 제시 리버모어는 이러한 전략에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을 곁들여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정 짓고 리스크를 줄여나감에 노력했습니다.
이 모든 방식은 오늘날 트레이딩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물론 오늘날 더욱 복잡해지고 더 많은 기법들이 생겨났지만 제시 리버모어의 이러한 접근들은 거의 변함없이 가장 근간이 되는 기술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트레이더들에게 최대한 감정적 결정을 피하고, 철저한 규율과 분석을 바탕으로 한 투자를 권했는데 이는 여전히 월스트리트에서 유효한 아주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였으며 오늘날에도 전설로 불리는 제시 리버모어지만, 우리는 그의 삶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시 리버모어는 단순한 트레이더가 아니라, 금융 시장의 본질과 인간 심리를 꿰뚫어 본 통찰력 있는 분석가였습니다. 또한 그는 인간의 심리가 트레이딩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극도로 통제함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마치 살얼음판을 계속해서 걷는 것과 같은 긴장감과 극도의 스트레스에 무너지게 되었고 평소 ‘무모한 사람만이 쉬지 않고 트레이딩 한다.’라며 극도로 경계한 무분별한 투자로 인해 그의 삶은 결국 피폐해지고 말았습니다.
보통 사람과는 전혀 다른 극도의 자기 관리와 강한 인내심으로 무장되어 있던 제시 리버모어였지만 소홀해진 가족관계와 어수선해진 삶의 모습으로 결국 그 강렬한 열정과 집중력은 서서히 사라졌으며 그 과정 속에서 결국 재기를 핑계로 무분별하게 계속되는 투자 끝 파산신청을 하고 맙니다. 그는 결과적으로 8번 성공하고 8번 파산하였으며 그 성공과 파산의 반복 속, 결국 그 끝은 파산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개인 투자자로 유명했던 그였지만 그는 불행함 속에 삶을 마감하였고 극단적인 트레이딩 스타일과 감정적 압박이 투자와 트레이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케이스로 후대 트레이더들에게 회자되곤 합니다.
하지만 제시 리버모어의 삶이 결국 실패로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성은 살아 있습니다. 위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기술적 분석과 전략들은 여전히 트레이더들에게 연구되고 있으며 여전히 역사상 가장 성공한 개인 투자자임에는 그 누구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부분은 그는 그의 삶을 통해 트레이더의 흥망성쇠 모두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어쩌면 기술적 분석 방법과 전략보다 더욱 중요한 가르침엔 투자와 관련하여 얼마나 감정 통제가 필수적인 요소인지에 대한 역설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본인의 감정에 있어서는 최대한 건조해져야 하지만 시장의 감정을, 대중의 감정을 관찰하고 읽어내야 합니다. 탐욕, 투쟁, 두려움 등 시장에 떠돌아다니는 감정을 계속해서 살피고 분석하며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라는 것인데요, 사실 투자에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이자 가장 어려운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휘몰아치는 격정의 감동은 그대로 느끼면서 실제 자신의 감정은 아무런 동요가 없어야 되고 그 속에 적합한 기술을 적용한다라는 것은 과연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가도 싶지만 반대로 성공한 트레이더들은 반드시 이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현대 금융 시장에서 제시 리버모어의 삶은 그 자체로 여전히 중요한 유산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그의 삶은 투자자들에게 귀중한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살핌에 모자람이 없도록 우리는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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